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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통] 조병훈 폴리모프 대표② 린저씨의 벅찬 〈이프선셋〉 개발포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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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통] 조병훈 폴리모프 대표② 린저씨의 벅찬 〈이프선셋〉 개발포류기

김동현 기자 jikigame@gmail.com

입력 2024.02.28 12:03 


게임마니아 아니기에 유저 피드백에 '맞춤형' 게임으로

직원들과 함께 성장, "누군가에게 영감 줄 게임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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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선셋〉


1년 조금 넘는 기간에 탄생한 <이프선셋>은 유행장르 1순위인 서바이벌크래프팅게임이다. <팰월드>와 <인슈라오디드>, <나이팅게일> 등 굵직한 성공작들이 연이어 스팀과 각종 플랫폼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마니아를 넘어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개발당시만 해도 서바이벌크래프팅이 대세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이걸 선택한 이유는 '우리가 하고 싶은 장르'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장르를 하자'였습니다. 복잡한 스토리텔링과 연출이 가득한 작품이나 성우 더빙, 복잡한 액션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죠. 그런 입장에서 서바이벌크래프팅은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조건의 장르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딱 그걸 보고 선택한 거죠."

조병훈 대표는 게임마니아는 아니다. 장르적 식견도 크다고 볼 수 없었다. 실제로 <이프선셋>이 나오기 전까지 그는 아티스트였다. 게이머로 보면 ‘린저씨’였다. 가장 재미있게 즐긴 게임에 <리니지W>를 꺼내드는 개발자를 본 건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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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니아는 아니었어요" 조병훈 대표는 자신보다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더 믿기로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리니지>를 즐겼습니다. 패키지게임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어요. 우연히 <리니지>에 빠졌고 많은 시간을 쓰게 됐죠. 다른 콘텐츠에서 느낄 수 없던 '성취감'이 있었습니다. <리니지> 시리즈나 리니지라이크게임들을 찾아 즐기는 게 취미가 됐죠. 요즘에는 개발 재미에 빠져 좀 소홀히 하고 있지만요."

<리니지> 이야기가 나오자 조 대표는 <리니지W>의 장점을 줄줄이 나열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리니지>는 게임산업에서 대표 빌런으로 불린다. 편견을 가지면 안 되지만 많은 유저가 이 게임으로 산업 전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완전히 동의할 수도, 반박하기도 어려웠지만 조 대표는 다른 시각으로 리니지 유저와, 어쩌면 기자도 놓친 무언가를 찾아낸 것 같았다. 게임개발자와 아티스트의 시선의 차이가 편견의 벽을 부순 것이다. <이프선셋>이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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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는 사냥부터 채집, 도구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이 있다.



*아직 개발 중,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 <이프선셋>

"<이프선셋>은 기필코 완성하겠습니다. 3년 전 기획당시 의도를 100% 구현하진 못했습니다. 개발기준은 유저 반응이었어요. 개발자가 아니라 게임을 할 때는 어떤 하나의 재미,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풀리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일 같은 것에 몰두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편견을 없애는 과정이 됐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만든 게임에는 이런 요소가 부각되도록 했죠."

말한대로 <이프선셋>은 그런 게임이다. 힐링과 파격적인 액션이 공존하고 낮과 밤으로 나눠 낮엔 휴양지 같은 아름다운 섬에서 자신만의 터전을 만드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달리기나 낚시, 수영, 제작, 사냥 등으로 성장해 새로운 능력 개방도 할 수 있다.

밤에는 완전히 달라진다. 유저를 저승길 길동무로 삼으려는 해적좀비가 무리 지어 달려온다. 몇 마리 수준이 아니다. 화면 가득, 많게는 50~60의 좀비가 때로 나온다. 절벽이나 높은 곳으로 도망쳐도 괴물 같은 점프력으로 쫓아온다. 밤새 벌어지는 추격전과 거친 생존액션은 아침과 함께 마무리된다.

"무섭다고 하신 분들이 많아 당황했습니다. 저희는 밤 시간대를 액션적인 재미를 느끼는 상황으로 보고 개발했거든요.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공격에 따라 팔 다리가 날아가거나 몬스터 사망 시 폭파되는 듯한 연출을 넣었습니다. 뭔가 팍팍 터지면 스트레스가 풀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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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마리 이상!" 조병훈 대표가 해적좀비의 액션성을 이야기 중이다.


조 대표의 표정에서 액션이 보인다. 기자도 게임에서 액션의 재미뿐 아니라 화면 가득 몰려오는 해적좀비의 공포도 느꼈다. 의도하지 않아도 영화나 드라마 제작 경험이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었다. 익숙해지면 공포보단 통쾌함이 컸다.

"두 가지를 만족하기 위해 고민을 하다 지금의 테마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판타지는 종류가 많았고 수준 있는 세계관을 그려줄 작가가 없으면 그 안을 가득 채우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확실한 레퍼런스가 있는 해적이라는 소재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했죠. 지금 이야기지만 다른 경쟁작과 겹치지 않은 테마가 된 것 같아 다행이었어요."

낮은 어느 정도 밸런스를 잡을 수 있었지만 밤은 정말 곤욕이었다고. 장르마다 밸런싱이 다른데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낮과 달리 밤은 웨이브 성격의 생존액션에 가까웠다. 액션게임으로만 경력을 수십 년 쌓은 개발사도 실시간으로 빠르게 펼쳐지는 소수 대 다수의 전투 밸런싱은 쉽지 않다. 그걸 초보 개발자들이 만드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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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날 수 있는 해적좀비 무리.


"가장 큰 고민은 혼자가 다수를 상대할 때 였어요. 낮의 빌드업 과정과 잘 맞물려야 했고 조작에 자신 있으면 수십 마리가 몰려와도 이길 수 있어야 했죠. 처음에는 한 직원이 몬스터수를 줄여 유저가 익숙해지도록 하자고 했는데 반대했습니다. 뭔가 재미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 직원한테 무조건 20마리 이상을 외쳤어요."

우연일지 모르지만 <이프선셋>의 전투 밸런싱은 좋다. 함정과 화살·총 같은 장거리 무기, 괜찮은 무기 몇 개만 있으면 밤새 뜨거운 활극을 펼칠 수 있다. 조 대표와 직원들이 수백 번하며 다듬은 결과다.

"유저들의 감정 설계에 공을 들인다고 해야 할까요. 게임을 실행하면 섬에 표류한 상태로 시작되는데 해변은 어떤 느낌이어야 할까,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을까, 얼마 지나면 정글로 갈텐데 어떤 생각을 할까 매일 고민했어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기 전에 우리가 충분히 고민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낮과 밤, 게임 내 모든 과정은 수백 번 돌려본 감정 설계의 결과물에 가깝죠."

조 대표는 유저들의 감정, 반응이 좋은 게임을 만든다고 봤다. 초보 개발자 입장에서 무리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유저에게 전달하기보단 그들의 입장이 되고, 그들에게 맞춰 나아가는 길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게 목표죠. 지금보다 더 많고 다양한 괴물이 나와 더 치열하게 싸우는 걸 그들이 원하고 있거든요. 개발 로드맵에도 관련 내용에 대한 보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유저들과 약속했으니 저희는 무조건 이걸 지켜야겠죠. 지금까지 보여드린 건 게임의 절반 정도라 매일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출시를 향한 개발여정이 시작된다. 최근까지 버그수정 등에 주력했던 개발팀은 본격적인 로드맵 개발을 통한 확장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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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선셋〉 로드맵 관련 질문에는 빽빽하게 정리해 온 문서를 보며 답변하고 있는 조병훈 대표


"현재 만날 수 있는 초반 구역이 전체 게임의 10% 정도입니다. 3월에는 지금 면적의 2배 이상이 되는 공간을, 4월에는 3배 정도의 신규지역이 추가됩니다. 그 안에는 유적과 던전, 그리고 지역을 차지한 세력, 각종 비밀요소들이 있습니다. 새로운 제조나 무기, 적, 생명체도 같이 들어갈 예정이죠."

불연 듯 생각이 들었다. 폴리모프는 그래픽 아티스트 집단이다. 그래픽 표현은 뛰어날 것인데 반대로 사운드는 이들의 영역이 아니다. 근데 게임 사운드는 기대보다 뛰어났다. 어떻게 만든 것일까. 조 대표는 질문을 듣더니 “이런 말 해도 되나 모르겠네요”라고 반문했다.

"말씀처럼 저희가 사운드를 직접 만든 건 아니고 유료로 구매 가능한 사운드 어셋을 적절히 배치하는 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여러 사람이 들어보고 선택하는 것보다 담당자를 한 명 선택해서 맡기는 게 좋다고 봤습니다. 그게 통일성도 생길 것 같아서요. 담당자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내부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직원을 찾아냈죠. 신기하게도 그 직원이 현재의 사운드, 효과음 전체를 배치했습니다. 전 다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노래 잘하는 직원 귀는 미세한 차이까지 잡아내더군요."

불가능이 없다는 모토가 준 결과였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의 과정 내 무수한 문제들을 넘고 넘어왔다고 자평했다. <이프선셋>이 미완성으로 남지 않도록 직원들과 최선을 다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엔딩도 다 계획해 뒀고 스케줄에 맞춰 제작 중입니다. 다만 미리 공개하기보단 유저들이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겠죠. 저주를 푸는 과정에 대한 어떤 요소일수도 있고 엔드 콘텐츠 같은 무한이 즐길 수 있는 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유저가 원하는 게 다른 거라면 그것도 어떻게 든 준비하는 게 개발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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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 올라온 〈이프선셋〉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의 유저들과 함께 만드는 게임

조 대표는 폴리모프는 넥슨이나 엔씨, 넷마블 같은 곳의 유명한 스튜디오와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집단이라고 했다. 게임개발에 대한 경험도 <이프선셋>이 처음인 상황에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여정은 쉽지 않은 길이라고 답했다. 그 길에 빛이 된 건 유저들의 무수한 피드백이었다.

"게임개발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건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유저들이었습니다. 저희 체험판이 스팀에도 올라와 있지만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주는 곳은 스토브였죠. 정말 다른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꼭 스토브에 론칭을 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곳의 유저들은 정말 다른 곳엔 없는 끈끈한 유대감과 방대하고 꼼꼼한 평가, 의견을 줍니다."

스토브 이야기가 나오자 조 대표는 좋은 점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콘텐츠를 올리고 냉혹한 평가를 받는 단순한 과정이 아닌 함께 개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이프선셋> 개발이 완료된 후에 차기작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은 곳이 스토브입니다. 소통도 원활하고 대응도 빨랐습니다. 모르는 부분도 상세히 알려주는 등 개발사에 맞춤형 메커니즘이 잘 구축돼 있어 소규모나 인디게임사는 반드시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조 대표는 이런 과정은 양분으로 <이프선셋>의 로드맵과 차기작을 만들겠다고 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살짝 귀띔해줬지만 인터뷰에는 넣지 않았다. 무모하지만 업계가 가진 편견을 가볍게 날려주는 상쾌한 한 방이었다. 절로 ‘와’ 소리가 났다.

"저는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 친구들이 즐길 수 있는 트렌드가 적극 반영된 그런 게임을 말이죠. <이프선셋>을 만들 때 유저와 여러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나중에는 저희 게임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넘어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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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포가 끝난 후 해뜨는 모습. 조병훈 대표와 폴리모프의 미래도 이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조 대표와 폴리모프의 행보 속에서 본 건 무모함을 넘는 패기와 끝없는 노력, 그리고 편견을 내려놓는 과정이었다. 그들이 만든 <이프선셋>은 젊은 도전자들의 열정이 담겨 있는 바닷속 진주 같았다.

정말 크라켄이 있을까. 그 편견을 깨는 과정처럼 폴리모프의 <이프선셋>과 앞으로의 게임들이 누군가의 마음의 벽을 깨는 강한 창이 될 것으로 봤다. 아직 조 대표와 직원들은 저주받은 외딴섬에 갇혀 있지만 그 안에서 얻고자 하는 결과를 꼭 이뤄내 진정한 섬의 주인으로 표류기를 끝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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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훈 폴리모프 대표



폴리모프와 조병훈 대표 


2020년 9월 8일 설립된 VFX, 게임개발사. 9개의 영화와 17개의 드라마의 후반작업을 도맡아 완성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리니지W>와 <마비노기영웅전> 등 7개의 시네마틱 영상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최근 스팀과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 서바이벌크래프팅게임 <이프선셋>을 앞서해보기로 출시했다. 20명 남짓의 직원들과 함께 오늘도 개발 표류기와 각종 VFX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출처 : 글로벌E(https://www.globa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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